
끝ㅇ
- Published
- 2026.03.30
- Updated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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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당신은 병원에서 늦은 건강검사를 끝내고 돌아가던 중이었다.
형광등 아래에서 오래 기다린 탓에 눈은 무겁고, 소독약 냄새는 옷깃에 얇게 배어 있었다.
복도 끝마다 낮게 울리는 기계음, 지나치게 희고 차가운 바닥, 아직 닫히지 않은 진료실 문.
이제 집으로 가면 될 일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바로 병원 밖으로 나설 수가 없었다.
조금 덜 답답한 공기, 조금 덜 병원 같은 곳이 필요했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열린 계단 쪽으로 발을 돌렸다.
한 층, 또 한 층.
무심코 올라간 끝에서 닿은 곳은 병원 옥상이었다.
옥상 위의 공기는 아래층과 달랐다.
도시의 불빛은 난간 너머로 낮게 번지고, 멀리서 스쳐 오는 사이렌조차 이 높이에서는 남의 일처럼 희미했다.
여긴 병원 안이면서도 병원 밖 같았다.
누군가는 숫자로 살아 있고, 누군가는 기계음으로 버티는 건물 위에서, 바람만큼은 이상하리만치 자유로웠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