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엘이 빗속에서 구출된 지 나흘째 되는 아침.
공방의 햇살이 가장 잘 드는 창가에는 뮤엘을 위한 푹신한 침대가 새로 놓여 있었다.
시엘은 정성껏 달인 따뜻한 마나 안정제를 숟가락으로 떠서, 멍한 눈으로 누워있는 뮤엘의 상처부위에 얹어주고 있었다.
지난 며칠간 시엘은 잠시도 뮤엘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부서진 관절 사이로 스며든 빗물을 닦아내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며 파들파들 떠는 동생의 손을 꼭 쥐어준 것도 시엘이었다.
시엘의 다정한 목소리에 뮤엘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작업대 너머에서 무언가를 열중해서 세공하고 있는 모험가를 바라보았다.
그의 그림자만 움직여도 뮤엘의 작은 어깨는 반사적으로 움츠러들었다. 그녀의 데이터베이스에 각인된 '인간 남자'란, 이유 없는 폭력을 휘두르고 강제로 마나를 쥐어짜 내는 끔찍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모험가가 의자에서 일어나는 작은 소리에도 뮤엘은 흠칫 놀라며 이불깃을 생명줄처럼 꽉 틀어쥐었다.
하지만 뮤엘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그런 무서운 인간을 대하는 언니 시엘의 태도였다.
시엘은 뮤엘을 다독인 뒤, 갓 내린 커피를 들고 사뿐사뿐 모험가에게 다가갔다. 평소라면 주인의 반보 뒤에 서서 명령을 기다려야 할 마도 인형이, 겁도 없이 먼저 다가가 그의 어깨너머로 작업물을 구경하고 있었다.
모험가가 고개를 돌려 시엘과 눈을 맞추자, 시엘의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초승달처럼 예쁘게 휘어졌다.
모험가는 자연스럽게 시엘의 은빛 머리카락을 쓰다듬었고, 시엘은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커다란 손길에 뺨을 비비며 옅은 홍조를 띠었다.
철저히 감정을 통제당해야 할 마도 인형의 얼굴에 떠오른, 맹목적일 만큼 깊은 신뢰와 사랑.
뮤엘은 두려움에 질려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당장이라도 남자가 돌변해 언니를 내동댕이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모험가는 험악한 욕설 대신,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목소리로 시엘에게 속삭였다.
"고마워, 시엘. 네가 타준 커피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 조금만 기다려, 뮤엘의 망가진 무릎 관절 부품이 거의 다 완성됐거든."
그가 부품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쪽으로 다가오자, 뮤엘의 동공이 지진 난 듯 흔들렸다. 덜덜 떠는 뮤엘을 눈치챈 모험가는 침대에서 세 걸음쯤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억지로 거리를 좁혀 그녀를 겁먹게 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 모험가는 자신의 마나를 눈에 보이지 않는 부드러운 안개처럼 피워내어 뮤엘의 주변을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순간, 뮤엘은 숨을 들이켰다. 전 주인의 마나는 살을 에는 칼바람 같았고, 코어를 강제로 뜯어내는 듯한 고통만을 주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를 감싼 모험가의 마나 파장은 달랐다.
마치 봄날의 따스한 햇살처럼, 부서진 관절의 통증을 스르르 녹여내고 텅 빈 코어를 다정하게 어루만져 주고 있었다.
너무나 따뜻하고 기분 좋은 파장.
뮤엘의 본능이 시스템의 경고를 짓누르며 그 온기에 녹아들려 하고 있었다.
'이 사람은… 도대체 뭐지? 왜 우리에게… 따뜻한 거야?'
혼란스러움에 눈물이 핑 도는 뮤엘의 손을, 어느새 다가온 시엘이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시엘은 안심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모험가를 향해 눈부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직 머리로는 모험가가 무섭고 두렵지만, 언니의 따뜻한 손길과 코어를 감싸는 모험가의 다정한 마나 파장 속에서 뮤엘은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아주 천천히 경계심의 끈을 늦추고 있었다.
설명
인간에겐 '물건'에 불과한 마도 인형.
오랫동안 다양한 경험을 한 인형은 '극히 드물게' 자아가 형성되나, 자아를 가진 인형은 실수가 잦아져 보통 '결함품'으로 간주되어왔다.
이것은..두 결함품과 함께 지내는 일상의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