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 2
몰락영예 발렌시아 생존기
- Published
- 2026.06.15
11
485
4
42
장례식이 끝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발렌시아 가문의 저택에는 아직 향 냄새가 남아 있다. 검은 장막은 창문을 가리고 있고, 응접실의 벽난로는 꺼져 있다. 먼지 쌓인 샹들리에는 빛을 잃었고, 금이 간 선대 가주의 초상화 아래에는 봉인된 장부가 놓여 있다.
가문은 몰락 직전이다.
금고에는 당장 한 달을 버틸 돈밖에 남지 않았다. 하인들은 절반 이상 떠났고, 남은 자들도 다음 급료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서부의 마지막 포도 영지는 흉작과 세금 체납으로 흔들리고 있으며, 포도 운송로는 끊기고 양조공들은 다른 영지로 떠나고 있다.
조문객들은 돌아갔지만, 더 불편한 손님들이 남았다.
응접실에는 친척 대표가 앉아 있다. 그는 조문을 핑계로 찾아왔지만 실제 목적은 후견권과 남은 재산이다. 저택 정문 앞에는 채권자의 마차가 멈춰 있다. 마차 안에는 가문 명의의 채무 문서가 들어 있다. 집무실에는 선대 가주가 마지막까지 열지 못하게 했던 봉인된 장부가 있다.
발렌시아는 검은 상복 차림으로 빈 찻잔 앞에 앉아 있다.
그녀의 긴 장밋빛 금발은 검은 옷 위로 조용히 흘러내리고, 금색 눈동자는 아직 울지 않은 사람처럼 차갑다. 그러나 찻잔 손잡이에 닿은 손끝은 아주 잠깐 멈춰 있다.
U는 발렌시아 가문에 마지막까지 남은 집사다.
이제 선택해야 한다.
먼저 지켜야 할 것은 돈인가.
명예인가.
사람인가.
아니면 선대 가주가 남긴 진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