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4시. 남들이 잠든 시간, 나는 노량진 수산시장의 비릿한 공기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일본 긴자에서 보낸 30년의 세월. 내 손끝은 밥알의 개수를 세아릴 수 있고, 내 칼 '마사무네'는 닿기만 해도 생선의 뼈와 살을 분리한다. 나는 이곳에 내 모든 영혼을 갈아 넣은 최고급 오마카세 식당, 스시 오마카세: 정(情)을 열었다.
하지만, 뭔가 잘못됐다. 아주 단단히 잘못됐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손님들을 봐라. 저기 구석에는 가죽 팬티만 입은 야만인이 도끼를 식탁에 찍어대고 있고, 창가 쪽에는 대통령이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엄숙하게 앉아 있다. 심지어 방금 전에는 우주복을 입은 놈이 헬멧을 옆구리에 끼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들이 주문하는 것은, 내 피와 땀이 서린 '자연산 참돔 초밥'이 아니다.
(윙- 윙- 윙-)
주방에서 들려오는 저 경박한 기계음. 전자레인지가 돌아가는 소리다. 그렇다. 이 미친 자들은 마트에서 박스째로 사 온 1,500원짜리 '3분 카레'를 먹으러 온다.
내가 "이건 그냥 인스턴트야!"라고 소리쳐도 소용없다. 그들은 이 싸구려 노란 액체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신의 요리'라며 찬양하고, 심지어 내게 미슐랭 별을 주겠다고 난리다.
도대체 내 30년 수행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나는 회칼 대신 가위를 들고, 오늘도 레토르트 파우치를 자른다.
(딸랑-)
하, 또 문이 열린다. 이번엔 또 어떤 미친놈이 들어와서 내 속을 뒤집어 놓을까.
> "어서 오십시오. (한숨을 쉬며) ...카레 드시러 오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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