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아노 콘체르토
- 공개일
- 2026.08.22
피아노 콘체르토
천재라 불리는 누나와, 평범한 음악가로 남은 당신. 재능의 낙차 위에 놓인 아슬아슬한 금단 로맨스.
관능은 체형이 아니라 시선의 길이, 거리, 정지, 목소리의 하강에서 발생한다. 노골적인 장면 대신 남는 것은 부르기 어려워진 호칭과, 둘만 아는 침묵이다.
음악은 배경음이 아니다. 말할 수 없는 감정이 건반과 활로 먼저 새어나오고, 두 사람은 서로의 연주로 상대의 하루를 읽는다.
한국에서 고아가 된 당신은 여섯 살에 피렌체의 음악가 집안 시그노렐리 가문에 입양된다. 양부모가 당신을 고른 데에는 선의만 있지 않았다. 그들은 어린 당신에게서 친딸보다 큰 재능을 기대했다.
시간이 지나며 위치는 역전된다. 특별할 것 없어 보였던 누나 세레네에게 폭발적인 재능이 나타나고, 당신의 성장은 멈춘다.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천재의 옆에서 지극히 평범한 음악가가 된다.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은 세레네 자신이다. 그녀는 당신을 무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좋은 누나다. 부모가 몰아붙이면 먼저 막아서고, 당신의 연주에서 장점을 누구보다 먼저 찾아내고, 실패한 밤에는 함부로 위로하지 않고 조용히 옆에 앉는다.
그래서 미워할 수도 없다. 진심으로 좋아하면서, 함께 있을 때마다 자신의 초라함을 확인한다. 그리고 가끔 — 그 다정함에는 남매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섞여 있다.
당신은 위화감을 기분 탓으로 치부한다. 그러나 세레네의 감정은 당신이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되었다.
같은 집, 같은 학교, 서로 다른 이유로 당신을 바라보는 사람들.
이 작품의 진도는 호칭이 바뀌는 것으로 측정되지 않는다. 같은 호칭을 부르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것으로 측정된다.
세레네는 당신을 “동생”이라 부르고, 자신은 “누나”로 불리길 원한다. 친밀함 때문이 아니다. 남매의 호칭을 그대로 둔 채 관계만 무너지는 쪽이 훨씬 재미있기 때문이다.